휴관
문 닫은 도서관 주차장에서
베토벤의 소나타를 들으며
문 닫은 도서관 찾는 이들의
헛걸음만 거듭 바라본다
십이월 첫 날
먼지처럼 첫 눈은 오락가락
둥그스럼한 석수 산자락 앞은
껑충하게 헐벗은 나무 몇 그루
마른 잎 대신 눈을 흘린다
시퍼런 하늘엔 허술한 구름 몇 점
비스듬히 해는 저물고
또 눈 몇 점
가쁜 숨 몰아 쉬며 덜컹이는 자동차
어디든 가자 꿀럭이는데
커피를 마시며 백석을 마저 읽을까
때 떠다니는 온탕에 들어가 때를 불릴까
집에 들어가 된장찌개를 끓일까
왔다 갔다 한 시간
그새 눈은 그치고
추운 아이들 몇 오돌돌
계단을 오르다 닫힌 문에 튕겨져 나오고
아직은 얼지 못해 떠는 새벽 눈
녹은 물 구덩이
밤 지나면 꽝꽝 얼어
완고해지리
막 달 첫 날
해야할 일은 지천인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만 남아
오도가도 못하는 비루
다시 가는 눈 가로로 날리고
교복 입은 아이 셋 거절의 계단을 오르는
문 닫은 의지
초라한 오후
2014.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