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미도극장

취몽인 2015. 2. 18. 00:17

 

 

 

미도극장

 

 

 

국민학교 시절

미도극장은 먼 곳이었다

엄마없는 하늘 아래

단체로 영화보러 간 게 처음이었다

 

해주네 집 있던 구극직물 골목을 지나고

미혜네 동네 국민주택 고개를 넘고

더 먼 옛날엔 버스 주차장이었던

삼각형 넓은 마당을 지나

대명시장 맞은 편에 버티고 있었던 미도극장

 

새길시장 신진극장보다

서문시장 길 사보이극장보다

한 끗발 높았던 미도극장

소문에는 혜경이 아버지가 사장이라 했었다

 

번듯한 큰 길의 미도극장보다

중학교를 다니며 매일 지나던 뒷길이 더 정겨웠다

정환이네 가게가 턱 버티고 있던

종화네 집, 동경이네 집이 있었던 그 골목에는

바람났던 중학 시절 드나들던 교회도 있었다.

삼진이도 다녔던 것 같다

 

내겐 원정의 이방이었던

미도극장 그 뒷골목

길은 왼쪽으로 휘어 남산동으로 닿고

곧장 이어져 경구중학에 닿던

그 길가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살았을까

이 설에 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그 골목을 다시 찾을까

 

유년의 신발을 막 벗고

애벌레 고치를 떠나 처음 날아간 곳

미도극장

그 오래된 스크린에 묻었을

온갖 영화에 못지 않은

우리들의 그 많은 이야기들도 이젠 늙어

골목도 따라 늙어 좁아졌을

 

그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보고 싶다

미도극장

엔딩 크레딧처럼

 

 

 

2015.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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