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극장
국민학교 시절
미도극장은 먼 곳이었다
엄마없는 하늘 아래
단체로 영화보러 간 게 처음이었다
해주네 집 있던 구극직물 골목을 지나고
미혜네 동네 국민주택 고개를 넘고
더 먼 옛날엔 버스 주차장이었던
삼각형 넓은 마당을 지나
대명시장 맞은 편에 버티고 있었던 미도극장
새길시장 신진극장보다
서문시장 길 사보이극장보다
한 끗발 높았던 미도극장
소문에는 혜경이 아버지가 사장이라 했었다
번듯한 큰 길의 미도극장보다
중학교를 다니며 매일 지나던 뒷길이 더 정겨웠다
정환이네 가게가 턱 버티고 있던
종화네 집, 동경이네 집이 있었던 그 골목에는
바람났던 중학 시절 드나들던 교회도 있었다.
삼진이도 다녔던 것 같다
내겐 원정의 이방이었던
미도극장 그 뒷골목
길은 왼쪽으로 휘어 남산동으로 닿고
곧장 이어져 경구중학에 닿던
그 길가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살았을까
이 설에 또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그 골목을 다시 찾을까
유년의 신발을 막 벗고
애벌레 고치를 떠나 처음 날아간 곳
미도극장
그 오래된 스크린에 묻었을
온갖 영화에 못지 않은
우리들의 그 많은 이야기들도 이젠 늙어
골목도 따라 늙어 좁아졌을
그 길을 다시 한 번 걸어보고 싶다
미도극장
엔딩 크레딧처럼
2015. 0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