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돌아가는 것들에게

취몽인 2015. 5. 12. 14:00

 

 

 

 

돌아가는 것들에게

 

 

 

이른 태풍이 지나간 강가

설익은 연두 이마를 밀치며

바람의 꼬리가 달린다

오늘도 지천인 시간 한 묶음

활짝 열어젖힌 창문에 걸쳐놓고

지들끼리 바쁜 강물이며 구름이며

느린 눈으로 짚어본다

껍질들은 바람에 끌려 거꾸로 흐른다

버틸 기운도 모조리 빼앗긴 채

지나온 길을 되돌아 가는 서러움

어깨에 어깨를 얹고 앞을 돌아보는 떠밀림

그러나 분명한 건

눌린 표정 아래로 또는 위로 굳건히

제 갈길을 가는 흐름이 있다는 것

강물은 구름은 거꾸로 흘러도

강은 하늘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노모의 소멸처럼

뚜벅뚜벅 가고 있음을

 

뺨을 밀치는 바람을 버티는 강변에서

멈춰서 굼실굼실 흐르며 꺽인 생을 살아낸다

 

 

 

2015. 05. 12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곳니  (0) 2015.07.19
도서관  (0) 2015.05.19
새겨진다는 것  (0) 2015.05.02
시립도서관  (0) 2015.04.27
미안한 하루  (0) 201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