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것들에게
이른 태풍이 지나간 강가
설익은 연두 이마를 밀치며
바람의 꼬리가 달린다
오늘도 지천인 시간 한 묶음
활짝 열어젖힌 창문에 걸쳐놓고
지들끼리 바쁜 강물이며 구름이며
느린 눈으로 짚어본다
껍질들은 바람에 끌려 거꾸로 흐른다
버틸 기운도 모조리 빼앗긴 채
지나온 길을 되돌아 가는 서러움
어깨에 어깨를 얹고 앞을 돌아보는 떠밀림
그러나 분명한 건
눌린 표정 아래로 또는 위로 굳건히
제 갈길을 가는 흐름이 있다는 것
강물은 구름은 거꾸로 흘러도
강은 하늘은 서쪽으로 서쪽으로
노모의 소멸처럼
뚜벅뚜벅 가고 있음을
뺨을 밀치는 바람을 버티는 강변에서
멈춰서 굼실굼실 흐르며 꺽인 생을 살아낸다
2015. 0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