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사나워도
낡은 줄을 모두 버렸습니다.
날나리를 붙들고 있던 오랜 시간은
배배 꼬여 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매듭을 만들어
새로운 약속을 굳게 걸었습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았습니다.
온 집을 다 뒤져도 높이가 없었습니다
오십센티를 위한 오백리터
조금씩 무게를 잘라
길죽한 눈과 입을 맞추었습니다
잊지않고 고무를 끼웁니다
혹시 몰라 빨간 놈 하나 까만 놈 하나
한 뼘만큼 여유를 두고
매듭 끝에 유혹을 매답니다
역시 두 번 손가락을 찔렸습니다
집 주변에는 작년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재작년일 수도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즐거움을 접어 넣습니다
긴 시간도 길게 말아 팽팽히 당겨둡니다
끝은 안으로 비수는 숨겨두는 법입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방향은 서남쪽으로 정했습니다
혼자 떠날 것입니다
높은 하늘 가득 담은 호수를 떠올립니다
겨울이 아무리 사나워도 갈 겁니다
2015. 10.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