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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사나워도

취몽인 2015. 10. 4. 18:00

 

 

 

 

겨울이 사나워도

 

 

 

낡은 줄을 모두 버렸습니다.

날나리를 붙들고 있던 오랜 시간은

배배 꼬여 쉬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매듭을 만들어

새로운 약속을 굳게 걸었습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았습니다.

온 집을 다 뒤져도 높이가 없었습니다

오십센티를 위한 오백리터

조금씩 무게를 잘라

길죽한 눈과 입을 맞추었습니다

 

잊지않고 고무를 끼웁니다

혹시 몰라 빨간 놈 하나 까만 놈 하나

한 뼘만큼 여유를 두고

매듭 끝에 유혹을 매답니다

역시 두 번 손가락을 찔렸습니다

 

집 주변에는 작년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재작년일 수도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즐거움을 접어 넣습니다

긴 시간도 길게 말아 팽팽히 당겨둡니다

끝은 안으로 비수는 숨겨두는 법입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방향은 서남쪽으로 정했습니다

혼자 떠날 것입니다

높은 하늘 가득 담은 호수를 떠올립니다

겨울이 아무리 사나워도 갈 겁니다

 

 

2015. 1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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