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개발

취몽인 2015. 11. 9. 15:21

 

 

 

개발

 

 

 

비 오는 길이 미끄러워 어제는 내 발에 오늘은 쇠발에 새 신을 신긴다

고무로 가로로 세로로 홈이 파인 새 발은 모서리가 둥글다 딛고 가던지

굴러 가던지 가야하는 것들은 다 둥글다 굽이 높으면 복사뼈가 삐긋거

리는 내 발 높이만 만나면 헛도는 쇠발을 위해 탱탱 바닥을 착 붙드는

집착이 필요하다 한달 벌이의 일할이 넘게 드는 개발은 오랜 망설임

하지만 똑바로 걷고 제대로 구르려면 어쩔수 없는 노릇 내 발은 날렵

하게 바닥을 밀어내며 가을 날리는 거리에 직립하고 둥글게 벗겨지는

녹슨 헌 발을 본다 맨질맨질한 수명 곁의 짙은 주름들도 헌 발을 보며

섰다 그는 달리고 또 그는 멈출것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모두 달리는 것

멈출 수 없는 곳에 서있으므로 달려야 하는 것 달리지 않으면 녹슬어

은 잘릴 수 밖에 내 발이건 쇠발이건 개발할 밖에

 

 

2015.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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