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사
장인은 위암으로 세상을 떴다 한다
아무리 술을 먹어도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몸에 좋은 음식이면 뭐든 챙겨 드셨다 한다
그래도 암이 걸렸고
삼 년 만에 집안 거덜내고 돌아가셨다 한다
처제도 몇 년 전 위장을 다 떼냈다
아버지 꼴 나지말자
건강식품 뒤져가며 몸 간수 잘해왔고
산도 자전거도 부지런히 탔는데
덜커덕 암이 걸렸고
위 몽땅 잘라낸 뒤 눈곱만큼씩 밥 먹고 산다
아내의 위는 늘 전전긍긍이다
조금만 과식하면
체하는 건 기본이고 속이 아파 못견딘다
아홉시 이후엔 물만 먹고 위장약도 달고 사는데
툭하면 위가 멈춘다
그래도 아직 암은 걸리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한다
큰 딸도 제 엄마를 닮았다
간이 좀 셌다 싶으면
어김없이 쓰려오는 속에 주리를 튼다
요가도 하고 야채식도 하는가 본데 늘 불안타
늘 조심조심이다
가족력이 무섭다고 은근 외가를 노려본다
위암이 주렁 달린 가계에서
적어도 아내와 딸은 위암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경보체계는 본인의 고통
장인과 처제는 경보를 느끼지 못했으나
아내와 딸은 경보 속에서 산다
늘 무력해도 예민하게 바라보는 뱃 속
과연 역사는 우회할 것인가 소멸할 것인가
2016.1.21 / 190830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