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추석이라고

취몽인 2019. 9. 13. 16:50




추석이라고

 


오십칠 년 전,

첫 배 아파 낳은 큰 아들네

저녁에 왔다

아침에 가신다

오십이 년 전

두번째 배 아파 낳은

둘째 아들 손 잡고

내 속으로 낳아

내 손으로 키운 자식인데

며느리 손녀들에 빼앗겨

손님처럼 다녀가신다

이제 그만 죽어야하는데

십 년 전부터 외워 온 주문

어김없이 외다 가신다

어깨는 봉분처럼 굽고

가는 귀는 한 걸음씩 더 멀어지고

이제는 이도 시려

죽을 재미만 기다린다는

할 일이 없어

자식들 위한 기도만 한다는

내 오래된 목숨줄

목소리 큰 거 보면 십 년은 거뜬하다

아내 장담을 등에 걸고

지하철 입구 내려 드리면

컴컴한 고치 속으로

늬엇늬엇 저물어가는

탯줄 하나

오래된 나 하나

 

1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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