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오십칠 년 전,
첫 배 아파 낳은 큰 아들네
저녁에 왔다
아침에 가신다
오십이 년 전
두번째 배 아파 낳은
둘째 아들 손 잡고
내 속으로 낳아
내 손으로 키운 자식인데
며느리 손녀들에 빼앗겨
손님처럼 다녀가신다
이제 그만 죽어야하는데
십 년 전부터 외워 온 주문
어김없이 외다 가신다
어깨는 봉분처럼 굽고
가는 귀는 한 걸음씩 더 멀어지고
이제는 이도 시려
죽을 재미만 기다린다는
할 일이 없어
자식들 위한 기도만 한다는
내 오래된 목숨줄
목소리 큰 거 보면 십 년은 거뜬하다
아내 장담을 등에 걸고
지하철 입구 내려 드리면
컴컴한 고치 속으로
늬엇늬엇 저물어가는
탯줄 하나
오래된 나 하나
19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