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팔 월의 베드로

취몽인 2019. 8. 31. 13:41



팔 월의 베드로



너희가 모두 나를 떠날 것이다


초저녁

쏟아진 말이

달무리를 따라 떠돌다

희미하게 지워졌다

모두들 달의 윤곽 속으로 사라졌다


죽어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자정 넘어

비에 젖은 몇 마디가 담을 넘었다

누구를 만났는 지는 모른다

불을 쬐고 있던 축축한 그림자 하나

막다른 골목을 돌아갔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

 

별도 지워진 한밤

살찐 말발굽소리가 몰려왔다

웃는 가면을 쓰고 옆구리에 낀 긴 창끝에는

세 마디

피 흘리는 말이 꽂혀 있었다


너도 한 편이지? 한 편이지? 한 편이지?


미늘에 꿰인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 피 흘리며 죽어갔다

말은 둘러선 입들을 추궁했다

아무도

말할 수 없었다


아니요 정말 아니요 결코 아니오 맹세할 수 있소


새벽이 오자

봉인된 입들을 밀어내고

십자가에

말 한 마디 걸렸다

그리고 닭이 울었다


말의 말이 생각난 입은 서럽게 울었다



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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