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치
하릴없이
선배의 내설악을 읽다가
꽁꽁 언 두억시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제 읽은 오규원시인의
익숙한 단어
생경한 의미를 떠올리다가
미지근한 물 한 잔
뻑뻑하게 넘기다가
참 미련한 짓을 하고 있다
목구멍 탁 트이는 처지를 만난다
어릴 적
동네 이발소 벽에 걸렸던
뺀질한 물방앗간 풍경화만도 못한
싸구려 칭찬 몇 겨우 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쏟아내는 한탄 나부랭이들
스스로 삼류라 말하지만
류가 있기나 한가
주억거리다
다시 폭설 쏟아지는 선배의 공룡능선으로
그 발치로 떠나는
그저 꿈에 취한 놈
201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