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발치

취몽인 2017. 2. 16. 13:23




발치



하릴없이

선배의 내설악을 읽다가

꽁꽁 언 두억시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제 읽은 오규원시인의

익숙한 단어

생경한 의미를 떠올리다가 

미지근한 물 한 잔

뻑뻑하게 넘기다가

참 미련한 짓을 하고 있다

목구멍 탁 트이는 처지를 만난다 

어릴 적

동네 이발소 벽에 걸렸던

뺀질한 물방앗간 풍경화만도 못한

싸구려 칭찬 몇 겨우 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쏟아내는 한탄 나부랭이들

스스로 삼류라 말하지만

류가 있기나 한가

주억거리다

다시 폭설 쏟아지는 선배의 공룡능선으로

그 발치로 떠나는

그저 꿈에 취한 놈


201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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