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170921
환갑이 되면 시집을 한 권 꾸미고, 한 100권 정도 찍어 주변에
나눠주자는 생각을 한 지가 제법 된다.
삼류시인 주제라 어디서 출판을 해줄리는 당연히 없지만 그래도
시 쓴다니까 술자리에서 김시인이라 불러주는 친구들, 그리고
헛소리 같은 습작들을 꾸역꾸역 읽어주고 격려해주는 친구들이
시집 내서 나도 한 권 주라는 농담같은 주문이 제법 있는 탓이
제일 크다. 환갑까지는 5년이 남았다. 환갑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
스스로 생각하는 노년의 출발점이고 어찌됐건 그나마 우리 사회엔
아직도 의미있는 나이로 거론되고 있으니 그 때로 정해 두었다.
주로 시를 비롯한 글을 블로그에다 모아 두었는데 잡문을 포함하면
4,000편 정도, 온전히 시의 형태로는 대충 700편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떠들었다. 삼류답게 그간 삼류 문예지에 발표한
시도 그럭저럭 90여 편, 시집 한 권 분량은 되는 것 같은데.. 문제는
다시 읽어보면 스스로 가소로워서 다시 어디 내놓기 민망한 것들이
태반이다. 결국 그간 습작으로 끄적여 둔 시들을 다시 꺼내 살펴보고
손도 좀 보고 해서 한 팔십편을 추릴 일이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근데 이게 블로그 속에 있으니 일일이 다시 문서 파일로 붙여 넣기를
해서 손을 봐야 한다. 딱히 시집을 낼 계획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이 포털 사이트에서 어느 날 블로그 서비스를 중지해 버리기라도 하면
여기에 담긴 글들은 하루 아침에 공중에 날아갈 터이니 어차피 따로
한 번 저장을 해둬야 하긴 할 터이다. 그게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 편 한 편 열어 복사를 하고 다시 문서 파일로
붙여 넣고 기본적인 줄맞추기 편집도 해야하니 시간도, 공력도 들여야
할 판이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시간, 이 일을 시작해보자 맘 먹는다.
2017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