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자네들이 있는
그곳으로 가는 일은
쉽지 않았네
가장 뜨거운 해가
헛바닥을 빼물고 지나고 있었지만
정작 그림자의 농도가 더 짙었다네
이미 지나온 길이 아닌가
자넨 그렇게 말할 수 있네
가끔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네 살 때 잘린 손가락의 고통 같은 것
그때 나는 왜 화가 났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네
왜 맨 앞에 서있다가
굳이 맨 뒤로 갔을까
그것도 화를 흠씬 내면서
구남여상 뒷골목을 지나며
사과 한 알을 훔치는 일이 왜 그리 짜릿했을까
그때 자네들은 무던했었네
무던하려고 애썼다고
다른 화를 쏟았다고
다른 것을 훔쳤다고
자네들끼리 딴일로 짜릿했다 말하려는가
그렇지 반고개 언덕이 그때는 높았고
땅골 구비는 깊었지
그게 맞을거야
자전거를 잃어버린 후
남산동 뒷길을 매일 걸으며
골목과 바닥에 새겨졌던거야
뒷걸음으로 뒷걸음으로
그러나 어쩌겠나
이미 이만큼 와서
저만큼 있는 자네들에게 가는 일
되돌리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지만
막 돋은 거웃의 가소로움 같은
낄낄대는 목소리 가슴에 들리니
나도 모르게
그리로 가고 있는 것을
그때로 가고 있는 것을
그것 참
2018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