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
천 년 잃은 마의의 길 굳은 뼈로 솟은 월악
면목 없는 관음 딛고 먼 산돌림 따라가면
하늘이 툭 열리는가 바람 먼저 재를 넘네
울울창창 늙은 나무 어깨 젖혀 내려보니
만상 씻고 흘러가던 한 세월이 창파로다
팔 벌려 어서 오시라 구비 긴 팔 흔드네
꺾인 단장 내려두고 모롱이길 돌아서면
깊은 절집 목어 울음 미륵들의 먼 목소리
아서라 설운 타령들 다 버리면 네가 미륵
삼만 년 자비수에 곱은 발목 풀어내고
천 년 영욕 남았거든 수안보에 씻어내라
어기차 허리춤 펴면 햇살 찌르는 하늘재
201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