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알머리가 빠진 지는 한참 됐다.
집안 내력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휑한 정수리가 그리 보기 좋지는 않다.
대충 양쪽 옆머리를 가운데로 모아
얼기설기 덮고 지냈다.
오늘은 그도 귀찮고 별 의미없는 일이다 싶어
미용실에 가서 빠짝 짧게 잘라달라 했다.
참고로 스티브잡스 길이까지 말해줬다.
하지만 미용사는 망설였다.
몇 번 채근을 했지만 결국 또
뚜껑을 덮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로 잘라놨다.
이유가 궁금했다.
1. 요구대로 바짝 잘랐다가 너무 잘랐다고
시비걸면 대책이 없다.
2. 스스로 대머리 스타일이 너무 싫다.
3. 스티브잡스 스타일은 너한테는 택도 없다.
뭐 이런 정도일까?
어쨌던 이번에는 실패했고 다음에 압구정 가서(?ㅋ)
스타일 함 만들어 봐야겠다.
머리 자르고 집에 와
둘째가 사온 욕조커버 덮고 반신욕을 한다.
이거 너무 좋다.
위에 책도 올려 놓을 수 있고 물도 빨리 식지 않아
제대로 피로를 풀 수 있다.
병철 시인 시집을 다시 읽어본다.
땀 뻘뻘 흘리면서 #오늘의냄새를 다시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