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詩人
수년 전 詩 합평 과정을 같이 하며
알게된 분이 어제 메이저 지면을 통해
다시 등단을 해서 제대로 된 시인의 삶을
살라 권하셨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별 의미는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게 詩는 그저 평생 끼고 살아온
책들 같은 것이다.
습관처럼 詩 형식을 빌어 투덜거리며
사는 지금의 내 모습이 그리 싫지 않다.
그것이 예술의 차원과는 거리가 먼
글일지라도 혼자 하는 낙서도 의미가 있듯
내 인생, 내 정신에 위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 독자? 삼류가 독자는 무슨.
좀 그만 징징대라는 핀잔을 쏟으면서도
그래도 너 詩 쓰잖아 하는 격려를 건내는
친구들이면 족하다.
몇 년 지나면 육십.
잡 詩들 묶은 책 한 권 내 돈으로 내서
그 친구들에게 나눠줘서 시인이라
불러준 인사를 할까 한다.
그 후론 일도 조금 여유있게 하면서
그림 그리고 책 읽고 글 쓰고 음악 듣고..
세상에 도움이 될 일도 조금씩 하면서
살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싶다.
詩人.
누구를 위한 시인이 될 것인가?
세상을 위로하고 인간 정신을 드높이는
시인의 역할은 이미 훌륭한 많은 시인들이
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그저 나를 위로하고 내 정신을 지키는
정도라도 되면 다행일 터.
그리고 여전히 술자리에서 김詩人이라 불러주는 친구들 틈에서 오글거리고
감사하며 삼류로 살면 족하다.
결정적으로, 나는 훌륭한 시인이 될 재주도
없고 노력할 의지도 없는 사람임을 스스로
잘 안다.
내게 詩는 그저 지금 곁에 놓인 한 권의 책,
그리고 내 귓전을 간지르는 베토벤의
로망스 선율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