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제대로 된 詩人

취몽인 2019. 4. 28. 15:21

제대로 된 詩人

 

수년 전 詩 합평 과정을 같이 하며

알게된 분이 어제 메이저 지면을 통해

다시 등단을 해서 제대로 된 시인의 삶을

살라 권하셨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별 의미는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게 詩는 그저 평생 끼고 살아온

책들 같은 것이다.

습관처럼 詩 형식을 빌어 투덜거리며

사는 지금의 내 모습이 그리 싫지 않다.

 

그것이 예술의 차원과는 거리가 먼

글일지라도 혼자 하는 낙서도 의미가 있듯

내 인생, 내 정신에 위안을 얻는 것으로

만족한다. 독자? 삼류가 독자는 무슨.

좀 그만 징징대라는 핀잔을 쏟으면서도

그래도 너 詩 쓰잖아 하는 격려를 건내는

친구들이면 족하다.

 

몇 년 지나면 육십.

잡 詩들 묶은 책 한 권 내 돈으로 내서

그 친구들에게 나눠줘서 시인이라

불러준 인사를 할까 한다.

그 후론 일도 조금 여유있게 하면서

그림 그리고 책 읽고 글 쓰고 음악 듣고..

세상에 도움이 될 일도 조금씩 하면서

살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싶다.

 

詩人.

누구를 위한 시인이 될 것인가?

세상을 위로하고 인간 정신을 드높이는

시인의 역할은 이미 훌륭한 많은 시인들이

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그저 나를 위로하고 내 정신을 지키는

정도라도 되면 다행일 터.

그리고 여전히 술자리에서 김詩人이라 불러주는 친구들 틈에서 오글거리고

감사하며 삼류로 살면 족하다.

 

결정적으로, 나는 훌륭한 시인이 될 재주도

없고 노력할 의지도 없는 사람임을 스스로

잘 안다.

 

내게 詩는 그저 지금 곁에 놓인 한 권의 책,

그리고 내 귓전을 간지르는 베토벤의

로망스 선율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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