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다림
파주로 다시 출근한 지 스무 날이 지났다.
14개월 택시 운전으로 배인 습관들이 조금씩 지워지는 걸
느낀다. 길가에서 손을 드는 사람들에게로 무심코 다가가려는
나를 보고 몇 번인가 웃었다.
아침 일곱 시에 집을 나와 밤 열 시쯤 집에 도착하는,
생활도 이젠 익숙해지고 있다. 최소 하루에 120km 운전 정도는
전직 택시운전수에겐 우스운 일이다.
아직 이곳 프로방스마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기존의 직원들이 각자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고 섣불리
아는 척 끼어들기는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자꾸 할 일 생각이
눈 앞에 어른댄다. 예전에 준비하다 접었던 일, 브랜드 자산에
대한 생각, 좋은 콘텐츠를 가진 분들과의 Co-Work 같은 것들.
평생 해 온 일의 관성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열심히 메모만 해둔다.
언젠가 쓸 때가 있으리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지 모른다..
이런 생각들로 책갈피를 끼우며.
하루하루는 지극히 평안하다. 복에 겨울 정도로. ^^
높은 하늘, 저멀리 조용히 흐르는 강, 부드러운 바람과
투명한 햇살이 언제나 눈앞에 가득하고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밝은 웃음 소리는 새소리 못지 않다.
책을 읽고 싶으면 읽을 수 있고, 글을 쓰고 싶으면 쓸 수 있다.
그러나 일터는, 자고로 좀 치열해야 하는 법.
그 치열함에 대한 목마름은 아쉬움이 되고 불안함이 된다.
수십년 몸에 벤 마름의 근성이 근질근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