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매미

취몽인 2019. 8. 21. 11:26




매미

 

 

사무실 앞뜰에

매미 한 마리 툭 죽어 있다

그 자리에 놓인 지 며칠은 된 듯한데

그악스런 개미들 손도 대지 않았다

깨끗하게 죽어 있다

바닥이 민망해 책상 위로 옮겼다

가지를 움켜줬던 발들

아귀의 흔적이 여전히 날카로운데

무게가 없다

탈을 벗고 나무를 오르던 날의 무게는

울음으로 다 날아갔을터

아흔아홉의 울음으로 일생을 소진하고

남은 하나 알 몇으로 마저 비운

매미는 허공이다

마지막 숨을 놓은 순간

마지막 비행은 하강이었을터

그나마도 허공이었으니

천천히 내려앉지 않았을까

책상 위에 빈 몸으로 등돌려 누운 녀석

한참을 바라보다 생각한다

저 놈을 어느 허공에다 돌려줄까

허공

내 마음으론 닿지 못하는

그 곳은 어디일까

 

 

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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