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오래된 평화

취몽인 2019. 12. 4. 11:32



오래된 평화



늙은 나무의 밑둥이

흙과 만나는 곳

그곳은 경계

하지만 아무 경계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아래로 위로 옆으로

나무는 늘 천천히 걸어왔지만

흙은 언제나 그 자리에

덮어주고 밀어주고 쓰다듬으면서

평화를 이루었나니

세상 어느 곳에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오래 만나 간결히 부둥켜 안은

평화를 볼 수 있을까

바람 한 점 불어

나무 한 번

흙 한 번

쓰다듬고 떠나네


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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