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사무실 앞뜰에
매미 한 마리 툭 죽어 있다
그 자리에 놓인 지 며칠은 된 듯한데
그악스런 개미들 손도 대지 않았다
깨끗하게 죽어 있다
바닥이 민망해 책상 위로 옮겼다
가지를 움켜줬던 발들
아귀의 흔적이 여전히 날카로운데
무게가 없다
탈을 벗고 나무를 오르던 날의 무게는
울음으로 다 날아갔을터
아흔아홉의 울음으로 일생을 소진하고
남은 하나 알 몇으로 마저 비운
매미는 허공이다
마지막 숨을 놓은 순간
마지막 비행은 하강이었을터
그나마도 허공이었으니
천천히 내려앉지 않았을까
책상 위에 빈 몸으로 등돌려 누운 녀석
한참을 바라보다 생각한다
저 놈을 어느 허공에다 돌려줄까
허공
내 마음으론 닿지 못하는
그 곳은 어디일까
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