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 성경 다섯 장을 쓴다.
잠깐 묵상하고...
책상 귀퉁이에 꽂아둔
시집 대여섯 권을 차례로 뽑아
한 두 편씩 읽는다.
시집은 가지각색이다.
지금 꽂힌 시인들은
문태준, 고영민, 김혜순, 정호승, 김신용,
김현, 라이너 쿤체다.
이를 악물고 매일 읽는 시인도 있고
악문 이를 부드럽게 하기위해 읽는 시인도 있다.
금방 도착해서 궁금한 시인도 있고
왜 여기 있는지, 왜 읽는지 모르는 시인도 있다.
그렇게 열 몇 편, 연필로 줄 그어가며
읽고나면 머리는 뒤죽박죽이 된다.
'김혜순이 쓴 문태준의 詩'
뭐 그런 느낌이랄까.
일은 그때부터 시작한다.
詩로 詩를 묶어두고 일하는 것이다.
1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