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화석정

취몽인 2019. 9. 25. 16:00




화석정


 

외근 나갔다 돌아오는 길

일부러 차를 돌려 화석정을 찾았다

가까이 있는 친구를 오래 찾지 않는 건

무례란 심정으로

오래 묵은 느티나무와 향나무 사이

허여멀건 정자로 서있다.

불타며 비춰줬다는 임금님 도망길은

저 멀리 굽실거리며 흐르고 있고

동란의 총알이 박힌 느티나무는

유난히 몸을 비틀고 있다

花石亭

글씨는 박정희 것이라 하고

여덟살 율곡의 시는 비껴 서있다

네모난 기둥들 말끔한 먹기와

역사는 다 타버리고 기념만 초라한

아무 것도 아닌 정자 하나를

느티나무는

빈 땅 더듬듯 내려보고 섰다

그날 그 뜨거웠던 눈동자를 붉히며

 

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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