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정
외근 나갔다 돌아오는 길
일부러 차를 돌려 화석정을 찾았다
가까이 있는 친구를 오래 찾지 않는 건
무례란 심정으로
오래 묵은 느티나무와 향나무 사이
허여멀건 정자로 서있다.
불타며 비춰줬다는 임금님 도망길은
저 멀리 굽실거리며 흐르고 있고
동란의 총알이 박힌 느티나무는
유난히 몸을 비틀고 있다
花石亭
글씨는 박정희 것이라 하고
여덟살 율곡의 시는 비껴 서있다
네모난 기둥들 말끔한 먹기와
역사는 다 타버리고 기념만 초라한
아무 것도 아닌 정자 하나를
느티나무는
빈 땅 더듬듯 내려보고 섰다
그날 그 뜨거웠던 눈동자를 붉히며
19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