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아는 소설을 읽는 일은 힘들다.
1952년. 패전 후의 독일.
많은 것을 잃은 사회는 회색빛이다.
파편이 널부러진 도시에서는
사랑도 발 디딜 곳을 잃어버린다.
48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초라한 단칸방과
폐허 속에 구겨진 도시의 골목과 술집
싸구려 호텔을 돌아다니며
쓰라린 삶을 삼키고 뱉는다.
가난이라는 폭력은
사랑도 사람도 집요하게 파괴하고
시선이나 느낌마저 찢어버리는 것.
집요하고 일관되게
이 파괴의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이 서늘하다.
불과 오륙 년 전.
나와 내 가족이 겪었던 슬픈 무력과 비참의 시간이
떠오르고 며칠 전 전시가 끝난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들이 생각나는 소설.
역시 나는 소설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하인리히 뵐은 다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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