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花石亭

취몽인 2019. 9. 25. 18:24

 

 

 

화석정

 

 

 

 

 

어깨 굽은 느티나무 시름 내려 앉은 곳에

 

표정없는 정자 하나 표지처럼 서있네

 

빈 바람 스치고 가는 언덕 위로 무심히

 

 

 

제 몸 태워 비춰줬다는 임금님 도망길은

 

저 멀리 굽실거리며 천천히 흐르고 있고

 

이제는 천리보다 먼 북녘땅만 바라보네

 

 

 

동란의 눈동자 박힌 흰 눈썹 향나무는

 

유난히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며 서있고

 

박정희 글씨로 박힌 화석정은 참 낯서네

 

 

 

여덟 살 율곡의 시는 긴 세월을 노래하고

 

새기와 얹은 한 채 정자 저혼자 푸르른데

 

역사는 다 타버리고 기념만으로 초라하네

 

 

 

묵묵한 솟은 언덕 빈 속으로 다짐하네

 

저 강물 다시 건널 땐 다시 태워 밝히리

 

그날의 붉은 눈동자 다시 붉혀 밝히리

 

 

 

190925 /2020청명시조문학상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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