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時調

취몽인 2019. 9. 28. 12:15







마른 손 걸어쥐고 찾아간 오래된 터 

고개 하나 넘으면 청어가 쏟아졌다는

월포가 푸르게 웃는 맑은 마을 청하면 


고샅길은 닳았지만 옛골목은 그대로라

막다른 미남리엔 흙담장도 고이 늙었

주춧돌 흔적만 남은 빈 마당만 덩그렇네


한 시절 지운 자리 기억마저 삭은 자리

하지만 가슴 속에 주름 가득 남은 자리

다 늙은 고향 동무만 깜짝 놀라 반긴다


뒷 산에는 먼저 떠난 부모가 누워 있고

곁에는 머리 희끗한 자식이 선 이 곳에서

팔십 년 어머니 생은 무슨 생각 하는지


검버섯 핀 두꺼비놈 풀섶으로 튀어가자

키 작은 소나무 사이 바람 하나 길을 열고

쏴아아 푸른 청어떼 먼 바다로 밀려가네


발끝을 잡아당기는 흙무더기 뿌리치다

눈끝에 걸린 사금파리 빛나는 그리움 하나

어머니 가슴에 박혀 돌아설 줄 모르시네



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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