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진심 그리고 사랑

취몽인 2019. 11. 4. 11:48



진심 그리고 사랑



  마음이 무거운 월요일 아침이다.

함께 한 짧은 출근 길에 나는 또 당신에게 진심을 의심 받았다. 오래된 당신의 불만이기도 하고

충분히 의심 받을 수 있는 태도를 내가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당신 말처럼 나는 늘

내 속에 빠져 있고 무엇보다 당신이 원하는 친절한 말 몇 마디를 잘 못하는게 사실이니까.

오래 동안 우리는 이 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다. 나는 왜 친절한 말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할까?

스스로에게도 참 많이 하는 질문인데 딱 떨어지는 답을 얻지 못하고 있어 나 또한 답답하다.

시시콜콜한 객적은 소리라도 좀 하면 좋을텐데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무엇보다 혼자 되지도 못한

생각이 너무 많다. 가끔 대놓고 말하기도 하지만 당신은 내가 말이 없는 가장 큰 이유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친절하지도 못하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의무로서만 한다고 말을 하는 것 같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스물셋에 처음 만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혼을 했고

딸 둘을 다 키우며 살아온 지 34년이 지났다. 우리 두 사람 인생의 60%를 함께 산 셈이다.

방황하던 때도 있었고, 하루하루가 힘겨웠던 시간도 많았다. 물론 밖으로 나돈 나보다는 혼자서

그 시간을 고스란히 감당했던 당신이 더 힘들었고 지울 수 없는 상처도 많이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늘 미안한 마음이고 어떻게든 갚아주고 보상해주고 싶지만 그때그때 닥친 사는 일에 쫓겨 마음처럼

제대로 하질 못했다. 그나마 조금은 여유가 있는 요즘 뭐라도 하려고 하면 예의 그 말에 부딪힌다 .

"진심은 없으면서 그저 의무감으로....." 이 나이에 무슨 가식이 필요한가 나는 생각하곤 한다.

오히려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건 내 게으름 탓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워낙 움직이고 피곤한 걸

싫어하는 인간이니까. 어쨌던 중요한 건 당신이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늘 듣기 싫어하지만 이즈음에 나는 솔직히 별 욕심이 없다. 내가 초래한 탓이지만 남 못지 

않게 함든 삶을 살아왔다 생각한다. 물론 당신은 더했겠지만.. 더 이상 크게 이룰 꿈도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저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노후를 준비하고 자족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 미래를 위해 지금은 뭘 할까 생각하면서.. 그 미래는

당연히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내가 자족한다고 해서 당신에게도 그러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그저 당신과 함께 살아갈 앞으로의 시간이 이전의 삶보다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이런 게 아닌가 나는 생각하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이번에 어머니가 다쳐 입원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장모님이 겪고 계신 어려움이 먼 일이 아니라는

점과 내 어머니와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장모님께 자깃으로서의 도라를 너무나 못했다는 죄스러움을

많이 느꼈다. 현실이 팍팍했다는 말은 비겁한 변명일 뿐 그저 나 편한 것만 좇느라 당신에게도 큰 

실망을 줬겠다 생각도 많이 들었다.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고 지금부터라도 마음의 도리를

실천하자 생각하고 있다. 형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 아내의 엄마, 내 아내가 괴롭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엄마를 위해 고통을 나눠갖자 하는 마음뿐이다. 그게 의무라면 의무이겠지만

의무와 진심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가족을 향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

나는 그게 진심어린 사랑이라 생각한다.


 늘 잘 못하고 부족한 남편이지만 나는 분명히 당신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또 가족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 아니면 사실은 내가 이 세상을 아득바득 살아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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