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앨범

취몽인 2019. 11. 14. 10:13

 

헛다리

 

4주 꽉 채우고 어머니가 퇴원하셨다.

아직 앉고 서기가 불편하셔서 팔십 평생의 이부자리를 걷고 침대를 들이기로 했다.

동생이 혼자 오래된 가구를 버리고 위치를 옮겨 놓았다.

 

버리기로 결정한 장식장 한 켠에 꽂혀있던 낡은 앨범 한 권을 내 집으로 가져왔다. 나와 가족들의 옛날 사진들이 담긴 앨범이다.

 

그런데 오늘 펼쳐보니 동생 사진들 모아놓은 앨범이다. 수 년 전 내가 다른 앨범에 옮겨 정리해놓은 걸 잊어버리고 엉뚱한 걸 가져온거다. 주말에 다시 갖다 놓고 제대로 된 걸 가져와야 한다.

 

오래된 익숙함이 낳은 오류다. 더불어 망가진 기억력의 폐혜이기도 하고, 사라진 꼼꼼함의 슬픔이기도 하다.

 

덕분에 동생의 역사를 한 번 훑어본다.

50년, 저 녀석은 왜 벌써 늙고 말았는지..

 

어머니의 기력은 이런 저런 모습으로 소멸하고 있다 생각하니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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