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詩論
이쯤에서 솔직히 인정하자
詩를 붙들고 있었던 지난 날들이 사실은
초라한 나를 위로해 줄 내가 가진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음을
그리고 인정할 또 한 가지
詩에 관한 한 내 재주는 도무지
예술의 언저리에라도 닿을 가능성이 거의 없음은 물론
가소로운 정신과 무디기만 한 머리는
예술의 세계 속에 있는 詩들을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이 정도에서 설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정도의 생각이라도 해내는 머리에 감사하며
하지만 오랜 시간이 깎아낸 습관은 집요해서
책을 손에서 놓으면 문자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읽다보면 뭘 또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
무우 자르듯 끝내지는 못할 것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이젠 나름 수고한 내 인생에게 기쁨을 주자는 생각이다
뭘 이루겠다고 휘청거리는 우듬지 끝 노려보는 짓은 그만두고
읽어서 즐거운 책을 읽고
내 친구들과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하자
그게 오래 써온 운문 형식의 글이라도 할 수 없고
아니라도 관계없이
그 글이 詩가 돼도 좋고 아니어도 좋은 글이면 족하지 않을까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법을 일깨워 주는 책들을 가까이 하고
오래된 내 말투로 글을 쓰는데 만족하자
누구를 배워보자 용쓰며 공부하다 좌절하고
나도 모르는 말투를 따라 쓰는 짓은 이제 그만 하자
부러워하고 질투하고 동경하는 삶은 자투리라도 버리자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자
이만큼 살았으면 그만한 자격이 있지 않은가
詩에 붙들려 살지말고
詩와 팔짱 끼고 살자
나 때문에 詩도 그간 고생이 많았으니까
2020년 나는 자유 時를 살것이다
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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