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주로 출근한지 일곱달이 지났다. 지난 여름 초입에 무심히 들렀다가 딱 일주일만에 출근을 시작했는데
어제가 소한, 한 겨울이 됐다. 처음부터 그리 오래 다니지는 못하리라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 나이로 이제 쉰아홉. 주변에서 가장 오래 버틴다 싶었던 교회 친구 하나가 어제 퇴직 신고를 해왔다. 그런
나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당장의 아쉬움으로 그리고 약간의 배려로 나를 다시 부른 이는 그 형편과 연민이
바뀌게 될 때가 되면 내게 말할 것이다. 이제 그만 인연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그때가 언제
인지는 모른다. 당장 다음 달이 될 수도, 한 두 해 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름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지난 칠 개월은 제법 힘겨웠다. 가장 힘든 일은 분수를 깨닫는 일이었다. 환갑 다 된 내게 회사는 회사 차 운전
을 맡기면서 부가적으로 홍보일도 해달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거꾸로 받아들였다. 나는 30년 광고전문가이다.
그 일을 잘할 수 있으므로 회사 차량 운전은 부가적으로 하면 된다고. 착각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퇴물이
었다. 사십대 이하의 직원들이 주도해 나가는 회사일에 자칫하면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되기 십상이었다. 내가
보기에 어설퍼 보이기 짝이 없는 일처리여도 상관하면 꼰대가 될 수 있었다. 그걸 인정하는데 반 년이 걸린 셈
이다. 옛날 내가 서른, 마흔 무렵이었을 때 회사에서 봐왔던 낙하산 꼰대들. 내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정작
나는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