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두 개의 등대 모두
불 밝혀
이제는 너무 빛나는 그 곳에
마음 따위만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오래 전에
너는 떠났지만
겹으로 어긋난 방파제 건너편
쪼그리고 앉았던 갈매기 한 마리
숙인 고개는 지울 수 없다
파도소리 들이치던 골목 입구 여인숙
욕지기 들이키던 대포집도
불빛에 사위었지만
소주 몇 잔 찰랑이는 선창을 걸으며
물가자미처럼
마저 마르지 못한 마음 하나
컴컴하게 걷도록 하는 일
그 수 밖에
널 사랑할 도리가
더 이상은 없다
2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