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감포

취몽인 2020. 1. 15. 18:54



감포



두 개의 등대 모두

불 밝혀

이제는 너무 빛나는 그 곳에

마음 따위만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오래 전에

너는 떠났지만

겹으로 어긋난 방파제 건너편

쪼그리고 앉았던 갈매기 한 마리

숙인 고개는 지울 수 없다

파도소리 들이치던 골목 입구 여인숙

욕지기 들이키던 대포집도

불빛에 사위었지만

소주 몇 잔 찰랑이는 선창을 걸으며

물가자미처럼

마저 마르지 못한 마음 하나

컴컴하게 걷도록 하는 일

그 수 밖에

널 사랑할 도리가

더 이상은 없다




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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