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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딸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취몽인 2020. 3. 3. 15:51



그때 딸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딸이(둘 중 누구인지는 모른다.) 십여년 전에 읽은 것으로 보이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읽는다.(나는 이 유명하다는 者의 책을 처음 읽는다.) 사랑에 관해 런던의 광고대행사에 다니는(나도 광고대행사를 오래 다녔고 광고주를 컨트롤한다는 주인공은 아마도 나와 같은 A.E 로 보인다.) 미혼의 여자 앨리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의 어떤 연상 관계를 고려한 작명인지는 아직 모른다.)가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고, 판단하는 것들을 소설로 쓴 것처럼 보인다.(지금 겨우 열 몇 쪽을 읽었을 뿐이라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소설은 재미있을 것이라 추측된다.(유명한 알랭 드 보통이 쓴 대표작이라니.) 하지만 소설보다 나를 더 집중하게 하는 것이 있다. 소설책 곳곳에 남겨진 스무살 내 딸의(여전히 누구인지는 모르며 현재 그들은 둘 다 서른을 막 넘긴 나이다.) 메모들이다. 파란색 볼펜으로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남겨 놓은 메모는 주로 외로움, 고통 같은 단어나 句옆에 번져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아직 열 몇 쪽 밖에 읽지 않았으므로 소설도, 딸의 메모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내가 읽기를 그만 둘 수도 있다. 소설을 나는 자주 그렇게 처단하는 편이다. 알랭 드 보통과 두 딸 중 한 딸을 텍스트와 각주로 읽는 일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둘 중 누구일까? 애인이 있는 녀석일까? 없는 녀석일까?) 책은 정작 덮어두고 헛생각만 한다. 과연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둘 중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을까? 그래야 할까?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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