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한산도 한 모금

취몽인 2020. 1. 28. 10:12



한산도 한 모금

 


 

연대 국문과 보내주이소

 

아비는

반쯤 피다 눌러놓은 한산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

 

가끔 장학금을 받을 때가 아니면

어미는 외가에서 등록금을 얻어와야했다

 

아비는 그저 한산도에 불만 질렀다

 

이 학년 여름 방학때

교통사고로 드러누워 있는 병원으로

학사경고장을 들고 아비가 왔다

난생 처음 눈물을 봤다

 

일 년 뒤

아비는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다

새 한산도 한 대 물고 제 발로 병원으로 가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 유학 가겠다는 아들에게

못갈 줄 알면서 내지르는 아들에게

내 목숨 몇 모금 남지 않았다 말하는 대신

한산도 꽁초만 태우던 아비

 

그 심정을

이제야 알듯하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까

 

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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