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 한 모금
연대 국문과 보내주이소
아비는
반쯤 피다 눌러놓은 한산도에 다시 불을 붙이고
아무 말이 없었다
가끔 장학금을 받을 때가 아니면
어미는 외가에서 등록금을 얻어와야했다
아비는 그저 한산도에 불만 질렀다
이 학년 여름 방학때
교통사고로 드러누워 있는 병원으로
학사경고장을 들고 아비가 왔다
난생 처음 눈물을 봤다
일 년 뒤
아비는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다
새 한산도 한 대 물고 제 발로 병원으로 가
돌아오지 못했다
서울 유학 가겠다는 아들에게
못갈 줄 알면서 내지르는 아들에게
내 목숨 몇 모금 남지 않았다 말하는 대신
한산도 꽁초만 태우던 아비
그 심정을
이제야 알듯하니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까
20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