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시를 이해하기 위해
굳이 첫 시집을 찾아 읽었다.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두 달에 걸쳐 하루 한 두 편,
고통스럽게 읽었다.
아직도 남았다.
시집은 두껍기도 하다.
치우지는 않겠다.
곁에 두고 화가 나면 조금씩 읽겠다.
언젠가는 다 읽겠지.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면서.
당신의 의도가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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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
말하렴
너에게 마지막 밤이 추적추적 내려올 때
너에게는 이야기가 있고
너는 이야기를 눈처럼 무너뜨리거나 너는 이야기를 비처럼 세울 수 있다
그 질서 있는 밤에
너에게 안개 또한 펄펄 내려올 때
들어보렴
맨 처음 네가 간직했던 기도를
너의 공포를
너의 공허를
너의 공갈을
점점 노래하렴
너의 구체적인 세계는 녹아내리고
너는 우리가 만질 수 없게 있어지지만
신앙과 믿음은 없거나 없어지는 것
그건 얼마나 적확한 죽음의 신비로움이겠니
너에게 먹물 같은 첫 빛이 쏟아져 내려온다
한순간 네가 살아 누워 있을 때
일 초 후
스물네 시간 후
삼백육십오 일 후
결국 쓸모없어질 기억들을
끝까지 기억하렴
아침까지 둘러앉은 술고래들을
평화로운 낭독의 데모를
한밤에 나눈 구강성교를
그래, 시옷
지난밤 거위 떼처럼
우리는 해야 할 말을 모두 다 했단다
침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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