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모던포엠 198호

취몽인 2020. 2. 29. 20:43

 

 

내 詩의 출입구인

모던포엠 3월호(통권 198호)가 왔다.

 

2000년 5월호(통권 80호)에 첫 시가 실리고

10년에 딱 두 달 모자라는 세월이 흘렀다.

 

몇 년 전까지는 그저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시전문 문예지가, 그것도 별로 유명하지도 못한 처지로

어떻게 저리 꿋꿋이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요즈음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몇 분의 희생과 꺽이지 않는 의지에다 차곡차곡 쌓인 진정성이 더해지면 바위에서도 시들지 않는 꽃이 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으로.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건강의 위협에 쓰러지기도 하며 고개를 넘어온 전형철 발행인은 물론이고 한결같이 곁에서 그 어깨를 빌려준 몇 몇 분들의 이름은 여전히 그 자리에 든든히 새겨져 있는 것을 본다. 그 뿌리깊은 나무들의 그늘이 모던포엠을 지켜왔고 지금 한 걸음 높이 딛는 모포의 힘이라 생각한다.

 

그 문을 통해 詩를 세상에 내보낸 신세를 졌음에도 지난 10년 그저 '음, 아직도 잘 버티고 있군' 따위의 방관자로 살아왔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변명거리도 몇 있지만 치졸을 더할 뿐이라 입을 닫는다.

 

얼마전 서형국사무총장이 올린 사진을 통해 전형철 발행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10년 세월, 모포가 가지를 키우는 동안 물을 대고 바람을 막느라 주름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대신 세상에 심은 시와 시인들이 꽃을 피우고 있겠거니 생각해도 안쓰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의 모던포엠은 분명 일취월장 하고 있다. 오랜 움츠림 끝에 새로운 시전문지로서 위상을 다져갈 걸음을 시작했다. 그릇은 좀더 세련미를 더했을 뿐이지만 담긴 예술들의 깊이가 다르다. 그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시는 결국 시로 말하고 시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법. 그 길을 모던포엠이 가고 있다 믿는다.

 

앞으로 또 몇 년 후, 내 등단지는 모던포엠입니다 하는 목소리를 한층 드높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사족, 母誌는 10년간 빛나게 변했건만 내 詩는 아직도 그대로 얼치기에 머무르고 있으니 실린 詩가 母誌의 그늘이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