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추천 책 다시 읽기.
정신의 용량이 시원찮아
좀 머리 아픈 책을 연속해서 읽기 힘들다.
양자물리학 교양서 한 권을 읽었더니
머리가 멈춘 것 같다. ㅎㅎ
법정스님 추천 책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1. 생명, 자연, 생태
2. 공정 경제와 정의
3. 마음 다스리기, 인간답게 사는 법
그 중에서 굳은 머리를 다시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데는 생명 이야기가 최고다. 그 중에서도 식물에 관한 책이 좋다. 마음이 파릇파릇해지는 느낌이랄까?
장 지오노의 이 책은 정말 짧다. 가뿐하다. 그렇지만 깊다. 양이 질을 지배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참이다.
십오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이 짧은 소설은
누군가의 표현처럼 '황무지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으로 새로운 숲이 탄생하고 물이 다시 흐르게 되고 사람들이 희망과 행복을 되찾게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내용이다.
등장인물도 몇 명 없다. 대화도 별로 없다. 그저 말수 적은 한 사람이 묵묵히 프로방스 황무지에 끊임없이 나무를 심고 그걸 본 사람이 전쟁을 치르고 돌아 왔을 때까지 그는 계속 나무를 심고 그전에 심은 나무들은 그새 작은 숲이 되고.. 그럴뿐이다.
자기 땅도 아닌 곳에 내것이 될 수 없는 나무를 심는 엘제아르 부퓌에. 그 순수한 역사를 오랜 시간에 걸쳐 바라보는 모습.
침묵과 인내의 시간을 품고 자라는 나무를 생각하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경건, 이 단어가 제 자리를 찾는 풍경이다.
십 년만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그간 나는 나무 한 그루 심고 키우지 못했다. 다행히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으며 작은 물고기가 자라는 어항이 있다. 근근히 자라는 화분도 몇 개. 어쩌면 내 마음의 황무지에 요만큼의 생명이라도 깃들이게 된 것도 이 사람 '나무를 심은 사람, 부퓌에'의 묵묵한 모습 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마음 속에도 십 년전 그가 뿌려둔 도토리가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다시 십 년 뒤에는 마음 밖에도 나무 한 그루 자라게 하고싶다. 그렇게 될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스운 일은 책을 덮을 때 저자인 장 지오노의 존재는 완전히 사라지고 노인 부퓌에만 남게 된것다. 그래서 장 지오노는 정말 훌륭한 작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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