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추천 책 다시 읽기 시리즈..
제인구달이라는 이름을 들은 지는 참 오래됐다. 아프리카 탕카니카 호수 근처 곰베에서 침팬지의 생태를 연구한 영국 출신의 여자. 내 머리 속에 들어있는 제인 구달에 대한 메모리 카드의 개요다. 그간 읽은 책들 속에서 그녀는 자주 등장했었다. 법정스님 추천 책들 속에서 특히 많이. 주로 대단히 존경받을 만한 삶을 산 사람,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일의 사표같은 사람으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작 그의 책을 읽을 기회는 없었다. 법정 도서목록 맨 밑 정도에 있어 순서에 밀린 탓도 있지만 너무 많이 이름을 들어 호기심이 덜해진 탓도 있으리라. 어쨌든 결국 책을 사지는 못하고 전자책으로 빌려 짬짬히 읽었다.
책의 내용은 그간 여기저기서 인용된 것들을 워낙 많이 본 지라 새로운 건 없었다. 그저 영국의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어린 소녀가 자연을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아프리카로 가보겠다는 꿈을 꾸는 과정. 그 첫번째 꿈이 다소의 행운에 그보다 더한 노력이 더해져 이루어지는 모습. 그리고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곰베의 침팬지들, 사람들 속에서 펼쳐지는 삶에 대한 생각과 구체척으로 이어지는 행동들.
그 가운데 깊어져가는 인생에 대한, 영원하고 소중한 가치에 대한 생각들. 그 생각들이 다시금 일으키는 가치있는 행동들.. 그런 제인구달 한 사람의 여정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기대했던 침팬지 이야기는 물론 중요한 동인이지만 그렇게 많지 않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지구와 인류, 그리고 모든 생명을 위한 희망'의 불씨는 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들이 처한 불행 속에서
그 절실함이 발견되고 또 한편 인류에게 내재된 희망의 씨앗 또한 침팬지들의 본성 속에서 언뜻언뜻 발견된다는 점이 핵심이라면 핵심일까?
제인구달로 인해 곰베를 비롯한 세계 여러 곳의 침팬지들이 생명과 종의 보존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침팬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세계가 지구를 함께 이루는 수많은 다른 생명들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는 사실이 정말 중요하고 오늘 날 제인구달에게 많은 사람들과 숲과 동물들이 감사해야 할 이유라 생각한다.
인간은 지구에 대해 비교할 수 없이 악한 짓을 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인류도 지구도 절멸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깊은 곳에 간직된 선함이 있고 그 선한 힘들은 조금씩이나마 그간의 잘못을 되돌릴 동력으로 살아나고 있다. 그것이 제인구달이 말하는 희망이다. 그 뿌리 깊은 선함의 가치를 구달은 침팬지에게서 발견 했고 침팬지를 지키며 확신했고 그것을 세상에 퍼뜨리는데 일생을 바쳤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태주의의 가치를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더 나아가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일이 그 과정 속에 있음을 한 어린 소녀가 쉬지 않고 걸어온 인생 속에서 느낄 수 있음이 이 책의 미덕이라 생각한다.
구달에게 감사할 것인가?
곰베의 침팬지 골리앗에게 감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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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이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보다는 우리가 저질러온 잘못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훨씬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잔인하고 한편으로는 친절한 인간과 침팬지의 모습, 절반은 죄인이고 절반은 성자인 우리 인간 영장류가 고대로부터 물려받은 이 두 가지 성향을 그대로 양립시킨채 분열될 것인가 이러한 성향들을 조절해 나가려는 방향을 선택할 능력을 얻게 될 것인가'
'나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인간의 사랑과 연민과 자기 희생의 자질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뿌리가 우리의 과거속에 내재되어 있는 한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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