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김명인

취몽인 2020. 6. 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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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반

채색이 흐린 무늬가 손등으로 번졌지만
아직은 섭생이 내밀할 거라는 착각?
꽃이라 여기지 말자, 목소리도 이젠
탁해질 때가 되었다. 목둘레의
간반이나 볼 언저리 검버섯
어느 날 문득 안 보이던 것들이 보여서
드디어 목적지에 다가섰다는 생각,
오래오래 걸어와 부은 발등에도
그늘은 얹혀 있다, 저승꽃이라 하지 않고
산책길에 덮어쓴 낙엽 같은 것이라고,
문을 여는 손잡이로 맺히는
저 꽃을 우리는 간반이라 한다
악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끝내 쥐여지지 않는 다짐이라면
붙잡은 것들 놓아 보내야 하리
닫히는 꽃이여, 손잡이가 눈앞에 있다



2018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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