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바닥에 돋는 풀
강변 바닥에 돋는 풀, 달리는 풀
미끄러지는 풀
사나운 꿈자리가 되고
능선 비탈을 타고 오르는 이름 모를 꽃들
고개 떨구고 힘겨워 조는 날
길가에 채이는 코흘리개 아이들
시름없고 놀이에 겨워 먼 데를 쳐다볼 때
온다, 저기 온다
낡은 가구를 고물상에 넘기고
헐값으로 돌아온 네 엄마
빈 방티에 머리 베고 툇마루에 누우면,
부스럼처럼 피어나는 동네 꽃들
가난의 냄새는 코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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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속에 이성복의 시집 10권을 집어 넣었다.
한 권에 80편 정도이니 800편의 시를 휴대하게 됐다.
집에도 몇 권 있을 것이다. 겹칠 수도 있다. 상관없다.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는 것이다. 詩란..
평생 책 한 권씩을 끼고 살았다. 삼중당문고부터 최근의 시집들까지. 손에 들던 가방에, 주머니에 넣던 가지고 다녔다. 당분간 놓고 다닐 생각이다. 핸드폰 속 800편이나 읽을 것이다. 몇 번이고..
이 시집 해설에서 김현선생은 이성복 시의 특성을 '이성복의 공간, 이성복의 시간'으로 말했다. 공감할 수 있다. 이성복만의 공간과 시간 거기에 감각이 있다.
더 이상 내가 함부로 말 할 수는 없다. 아직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대로 '나를 알아볼 때까지 / 나는 정처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가 정처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처없다. 800편을 주머니에 담은 이유다.
다음에 읽을 때를 위해 김현선생의 팁 하나를 남겨둔다.
'이성복의 시는 서정적 자아를 포기하지 않고 서사적 자아를 수용하려고 한다.'
1986.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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