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데리다 Derrida/제프콜린스

취몽인 2020. 6. 17. 19:01

미뤄두었던 지옥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Deconstruction의 개미지옥으로
만화책 종이배를 타고..

그의 저술에는 탈선한 의사소통(derailed communication)과 결정 불가능성(undecidability) 이라고 하는 두 줄의 행렬이 있다.

파르마콘 pharmakon, 치료제와 독 모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모호한 말. 데리다는 플라톤의 대립쌍에 파르마콘의 개념을 도입, 고정된 틀을 해체하고 가능성의 세계를 열고자 한다.

파르마콘을 다시 좀비의 개념에 적용하면, 살아 있지만 죽어 있고 죽어 있지만 살아 있는 존재. 결정 불가능의 존재. 결정 불가능은 이항 대립적 논리를 붕괴시킨다. 어느 쪽에도 적절하게 들어맞지 않아 대립의 원리 자체를 의문에 빠뜨리게 된다.

이항대립의 전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리다의 '해체'는 역시 어렵다. 다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략적인 얼개를 소개할뿐인 이 얇은 책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다. 다가가고 싶었던 '차연'의 개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충 데리다는 이런 것이구나 정도만 남았다.

한편 최근에 읽은 장자의 '고정된 가치에 대한 회의 또는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진리 접근' 이나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이론 같은 길과 데리다가 어느 정도 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느낌을 가졌다. 들뢰즈가 그렇다 하듯이.. 들뢰즈에 앞서 문을 연 듯한..

싑지 않지만 한 걸음씩 다가 가보면 언젠가는 눈이 뜨이겠거니 스스로 위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