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그만 두고 파주에 출근한 지가 벌써 일 년이 흘렀다. 애초에 회사 차량 운전이 첫번째 보직이었지만 운전 외에 짐도 나르고 하는 육체적 일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 회사에서는 운전을 따로 할 젊은 직원을 새로 구했다. 따라서 내가 이 회사에서 존재할 수 있는 제일 큰 효용은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아직 잘리지 않아 일 년을 채우고 이 년째를 향해 가고 있다. 대표의 배려일 수도 있고 어줍잖은 광고 경력이 아직은 조금 약발이 남은 탓도 있을 것이다. 아마 배려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배려란 유효기간이 짧다. 머지 않아 경제 논리가 감성 논리를 짓누르게 될 것이고 그때 나는 밀려날 것이다. 나이가 있고 업무에 한계가 분명하니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불만도 아쉬움도 사실 없다. 그저 지금 이렇게 직장 생활을 연장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역시 택시 경험 덕이다. 아직은 일을 더 해야하고, 할 일이 없으면 택시를 다시 하면 된다는 사실은 의외로 든든한 뒷배가 된다. 일 년 사이 그 힘들었던 운전의 기억이 어느 정도는 지워졌지만 힘들었어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남아 있다. 환경도 그새 좀 바뀌어서 내년이면 개인택시를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벌이도 일 년 전보다는 덜 벌어도 되게 상황이 좀 나아졌다. 조금은 느긋하게 일할 수 있다면 여전히 택시는 괜찮은 일거리다.
언젠가는 곧으로 바뀔 수 있다. 슬슬 준비를 할까 한다. 면허 구입을 위한 자금 마련 계획도 세우고 나름 시간 계획도 세워야 한다. 내년, 2021년 하반기에 개인택시 영업을 시작한다고 일단 정해둔다. 그 때에 맞춰 지금부터 하나씩 시작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