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사뭇 도발적이다.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세상에 분노를 쏟고 있는 책이다. 세상이라고 하면 너무 무차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가족, 국가, 직장, 종교, 사랑 등 사람이 얽혀서 살고 있는 여러 관계들의 부조리나 폭력, 이기심 같은 것들에 대해 속지말고, 당하지말고 인생을 살라 주장한다. 내용은 얕다. 알 법한 이야기들을 언성을 높여서 이야기 하는 정도이다.
어떤 책들은 목차만 읽어보면 대충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는구나 짐작할 수 있고 실제 목차 이상의 내용이 없는 책도 많다. 이 책도 좀 그렇다. 그저 이 소설가는 왜 이렇게 화를 내며 글을 쓰고 있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독특한 문체인가? ㅎㅎ
표 4에 몇 줄 요약이 있다. 그 여덟 줄을 읽으면 목차를 읽는 것보다 빨리 저자의 할 말을 들을 수 있다. 번역가 김난주씨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도 많이 번역한 일본문학 전문 베테랑 번역작가신데 왜 이런 책을 번역하셨을까도 궁금하다. 마루야마 겐지라는 이름 탓인가?
표 4의 여덟 줄을 옮겨보면....
- 부모의 사랑에 거짓이 없다고 믿는 것은 부모 자신뿐이다.
- 그 어떤 국가도, 국가란 이름이 붙어 있는 나라는 하나같이, 실은 국민의 것이 아니다.
- 모든 종교는 선이라는 옷을 두른 악이며, 원래 자유로워야 할 개인을 속박하는 컬트이다.
- 노동자라는 호칭에 속아서는 안된다. 그 실질적인 처지는 바로 노예이다.
- 어떻게 살든 본인 멋대로라는, 자유와 함께하는 삶만이 존재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다.
- 삶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쟁취하는 것이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치는 것이다.
- 자신의 껍데기를 깨부술 힘은 자신에게만 있다.
뭐 이런 내용들인데 어디서 들어봤음직한 메시지들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시장통에서 외쳤던 목소리와 닮지 않았나?
한편 다르게 생각하면 마루야마 겐지는 이 책의 독자로서 20대 젊은이들을 설정한 것 같다. 수동적인 삶이 아닌 독립적인 인생을 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일본, 일본인. 그 지극히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사람들. 그들을 보며 개탄하는 지성인의 목소리라 생각하면 위에서 말한 많은 부분들이 다소 이해가 되긴 한다. 일정 부분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어쨌든 공감한 한 마디를 남기고 헤어진다.
'너를 키우는 자가 너를 파멸시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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