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책과 문화 읽기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 김종철

취몽인 2020. 8. 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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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 얼마전 돌아가셨다.
저자가 떠난 후에 뒤늦게 책을 읽는 일은 괜히 미안하다.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읽어 덜 미안하기도 하다.

신념을 실천하며 인생을 산 한 사람을 돌이켜보는 일은 경이롭다. 그 신념이 지향하는 통찰에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결국 세상은 선생의 시선이 닿은 곳으로 갈 것이다. 그때, 그의 신념은 실현되겠지.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고 그 길을 따라가는 일을 통해 그 시간의 단축에 먼지만큼이라도 보탬이 되자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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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대체로 사람들은 과학적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개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책임 문제는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전체와의 조화와 균형을 무시하고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합리성을 추구할 때 폭력이라는 현상이 빚어진다.

시가 제공하는 감동을 제대로 수용하려면 우리 자신이 흙이나 자연 또는 우주와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자각에 철저해야 할 것.

르네상스적 인본주의에 기초한 인간 중심 사상은 생물권 내의 인간의 배타적 지배권을 인정하는 한, 인간에 의한 다른 인간의 지배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이념체계이다.

역사적으로 詩라는 매체는 인간이 그의 존재의 근원을 지각하고 명상하는 주요한 도구였다.

'문명이란 것은 안으로는 낮은 계층을 억누르고, 밖으로는 다른 민족을 정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 스탠리 다이어먼드

옛날부터 시가 해 온 주된 역할은 삼라만상의 근원적인 친화력과 거룩함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시인은 언제나 본질적으로 샤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의 현대시가 우리의 현실이 뒤떨이진 것만큼 뒤떨어지는 것은 시인의 책임이 아니지만 뒤떨어진 현실에서 뒤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 시를 위조해 내놓는 것은 시인의 책임이다' - 김수영

모든 현대 예술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상품 사회 체제가 인간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체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체제는 그것이 포함하는 갖가지 모순과 함께 일거에 초월될 수 있는 관념적 현실이 아니라, 오직 집단적인 역사적 실천에 의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뚫어보는 것이야말로 더 중요한 일이다.

비정치적 입장 바로 그것이 하나의 정치적으로 명백한 입장이다.

나무의 아름다움에 대한 언급이 그것이 다른 많은 가공할 만한 일들에 대한 침묵을 함축하기 때문에 '거의 범죄적인 행위'가 되는 그러한 시대.

정말로 필요한 것은 기존하는 지배적인 욕망의 체제 속에서는 어째서 우리가 인간다운 생활에 도달할 수 없는가를 일상적 생활의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발견하고 실감하는 일이다. 모든 성공적인 문학은 이러한 실감을 우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욕망의 교육'에 이바지한다. 보다 많이가 아니라 보다 다르게 욕망하도록 하는 교육에..

'나는 시에 대하여 존경심이 많아서 그런지 어설픈 시들을 보면 굉장히 짜증이 나고 보기 싫어요. 그래서 마음 상하지 않으려고 잘 안 봅니다.'





- 1999. 12. 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