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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곤 여행

취몽인 2020. 9. 5. 23:02

아르곤 여행

  4% 남은 네안데르탈 스타일 숙녀의 부끄러움이 들어온다 그녀는 상기도를 지나며 도연명의 취기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지나간다 팽목에서 외쳤던 고함이 어깨를 적셨다 체게바라의 담배연기를 헤치고 직하한다 뒤따라 쏟아지는 조금 전 그리고 페름이 섞인 물줄기들 섞인 시간들을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나가는 지금은 시간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처음은 가늠할 수 없으니
  40억 년 전쯤이라 하자
  억수같은 비는 그날에도 내렸을 것이고
  해가 내리 쬐면 구름이 되기도 했을 터
  더러는 깊은 땅속에 기억으로 묻히고
  낡은 시간을 드나들기도 했으리
  오늘 내 선 녹슨 창가에
  몇 방울 비 내리고 먼지 한 점 튀어 날린다

  먼 시간 전에 태어나
  내 할아버지였다가
  어린 날 내가 뱉은 재채기였던 것들
  어제 내 곁에서 흘린 네 눈물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한 우리는 모두 흘러다니는 태초일지도
  그다지 지워지지 못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출구가 멀지 않은 곳에서 괄약한다 머뭇거리는 무리들이 컴컴하다 죽은 대통령의 한숨 바스크 동굴에서 풍화된 그림 조각 아이의 첫 생리혈 장주의 객기 같은 것들이 어둑하게 밀려나간다 돌부리에 걸려 흘렸던 어릴적 비명이 뒤따른다 이구못에 버려졌던 아기는 이쯤에서 사라지고 싶어하고 마지막 분출의 기미가 슬쩍 뒤를 돌아본다 저기를 나서면 네안데르탈 스타일의 숙녀는 불멸의 아르곤에 실려 이제 또 어디로 가게될까 4%는 얼마나 소진 됐을까

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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