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붕어 입술

취몽인 2020. 9. 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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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 입술


초가을
과림저수지
손맛터

이만 원씩 내고
정사각형으로 포위한 꾼들
붕어를 뽑는다

기껏 잡아선
손맛 보고 얼굴 한 번 보고
다시 집어넣는다

여덟 치 붕어 한마리 걸렸다
얼마나 바늘이 들락거렸나
입술이 문드러졌다

몇 번이나 물밖으로 끌려나와도
입맛을 기억하고 있는 입술*
지긋지긋한 생명이라니

정사각형
무간지옥으로 돌려보내며
내 입술을 쓸어본다

너덜너덜 뭉게진 생계를 뽑아내더니
누군가 등을 떠민다
정사각형 깊은 어둠속으로

초가을
서울특별시
손맛터


* 최승자의 시 '셔발 슐로스' 인용.
<내무덤, 푸르고/1993/문학과 지성


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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