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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獨居)
강 건너가 건너온다.
누가 끌배를 끌고 있다.
물안개의 끝이 물을 떠난다.
봄이 봄의 안쪽으로 들어선다.
나무 타는 단내가 봄빛 속으로 스며든다.
내륙이 온통 환해지고 있다.
황급히 속옷을 챙겨 입던
간밤 꿈이 생생하다.
내가 홀로 서지 못히니
내가 이렇게 홀로 있는 것이다.
냉이 씻어 고추장에 버무린다.
물길 따라 달려가던 능선들이
문득 눈을 맞추며 멈춰 선 곳
바람결에 아라리를 배우는 곳이다.
끌배가 끊어진 길을 싣고 있다.
강의 이쪽을 끌며 건너오고 있다.
외로울 때면 양치질을 했다는
젊은 스님이 생각났다.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2014. 문학동네
* 빈 집 아침, 마음이 빈 강가를 조용히 흐른다. 詩 한 편의 힘이다.
#詩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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