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긴 호흡 / 메리 올리버

취몽인 2021. 5. 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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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이 겁에 질리고 돈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시의 영향력이 미미한 것은, 시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 시는 기적이 아니다. 개인적 순간들을 형식화(의식화)하여 그 순간들의 초월적 효과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시는 우리 종種의 노래다.

-메리 올리버. '펜과 종이 그리고 공기 한 모금'중.
. 마음산책.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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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을 살기 위한 준비지만 요 며칠은 꽤나 분주하다. 그저 바쁜 게 아니라 이것저것 따질 것도 많아 머리도 복잡하다. 비 오는 오후에 여행에서 돌아와 늘 그 자리, 침대에 누워 메리 올리버의 산문을 마저 읽는다. 부산한 심사의 나를 위로하는 바람소리 같은 글들. 십 여 쪽을 읽으니 어느새 호흡이 느려진다.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이란! 詩란! 얼마나 소중한가? 글이 그 이상 더 가질 가치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럴 수 없다면 詩 따위, 시원한 한 번의 재채기 만도 못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