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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르고 뻑뻑한 목이 된 연식 탓이겠지만 우리 집은 국을 자주 상에 올린다. 찌개도 심심찮게 끓이지만 국을 이기진 못한다. 전날 한 잔 한 아침이거나 몸이 지쳐 입맛이 시원찮은 끼니때면 국 한그릇에 밥 한덩이 말아 넘기면 기운을 차릴 수 있다. 찌개가 담당할 수 없는 손길이 한그릇 국에는 분명히 있다.
우리집 5대 국이 있다. 소고기국, 미역국, 오이냉국, 김치국, 아욱, 근대 된장국이다.
소고기국은 무우와 대파를 많이 넣은 대구식 따로국밥으로 육개장에 가까운 맛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끔 끓여주던 그 맛을 아내가 이어받아 맛보여 준다. 어머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시절보다 양지고기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정도.
미역국은 아내의 애정국(?)이다. 언제 먹어도 좋다는 아내의 미역국 사랑은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다. 아내는 소고기 미역국을 좋아하고 나는 홍합 미역국을 좋아한다. 오래 끓여 흐물흐물한 미역을 후르륵 넘기면 목구멍이 행복해진다.
오이냉국은 나의 애정국이다. 채 썬 오이를 차갑게 식힌 육수에 담고 고추, 식초, 참기름, 마늘 양념을 풀어 먹는 시원 새콤 달콤 고소한 오이냉국 한 그릇이면 없던 입맛이 돌아온다. 특별히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는 날은 빠지지 않는다.
김치국은 해장 솔루션이다. 또 국거리가 마땅찮을 때면 언제든 등판할 수 있는 만능 유틸리티이기도 하다. 콩나물을 넣어 끓이기도 하고 김을 잘게 부수어 듬뿍 얹어 먹어도 별미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엔 언제나 신김치가 준비되어 있다. 가끔은 라면 반 개를 넣어 국시기를 해먹기도 한다.
아욱, 근대된장국은 국거리가 궁할때 가끔 먹는다. 아욱된장국은 부드럽고 근대된장국은 시원하다. 멸치 다시마 육수에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고 아욱, 근대를 적당히 썰어넣고 양녕은 조금만 해서 푹 끓이면 언제나 변함없는 그 맛을 전해준다. 이제 어머니가 안계셔서 집된장맛을 오래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아욱, 근대된장국에 이르러서도 크다.
어떤 사람들은 국을 많이 먹는 우리네 식문화가 위장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라 말하는 것 같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겠지만 밥상 위 밥그릇 옆에 놓인 뚝배기나 대접에 가득 담긴 구수하고 시원하고 얼큰 한 국 한 그릇이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 포만감을 보태준 중요한 위로였음을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요즘은 그 자리를 라면이나 인스턴트 스프 따위에 내어주기도 했고 앞으로 그 변화는 더 커지겠지만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한 그릇이다. 그 푸짐하고 흥건한 한 사발의 맛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내겐 없다.
지금 아내가 끓이는 김치국 냄새가 자꾸 나를 부른다.
210606
늘 마르고 뻑뻑한 목이 된 연식 탓이겠지만 우리 집은 국을 자주 상에 올린다. 찌개도 심심찮게 끓이지만 국을 이기진 못한다. 전날 한 잔 한 아침이거나 몸이 지쳐 입맛이 시원찮은 끼니때면 국 한그릇에 밥 한덩이 말아 넘기면 기운을 차릴 수 있다. 찌개가 담당할 수 없는 손길이 한그릇 국에는 분명히 있다.
우리집 5대 국이 있다. 소고기국, 미역국, 오이냉국, 김치국, 아욱, 근대 된장국이다.
소고기국은 무우와 대파를 많이 넣은 대구식 따로국밥으로 육개장에 가까운 맛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끔 끓여주던 그 맛을 아내가 이어받아 맛보여 준다. 어머니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시절보다 양지고기가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정도.
미역국은 아내의 애정국(?)이다. 언제 먹어도 좋다는 아내의 미역국 사랑은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다. 아내는 소고기 미역국을 좋아하고 나는 홍합 미역국을 좋아한다. 오래 끓여 흐물흐물한 미역을 후르륵 넘기면 목구멍이 행복해진다.
오이냉국은 나의 애정국이다. 채 썬 오이를 차갑게 식힌 육수에 담고 고추, 식초, 참기름, 마늘 양념을 풀어 먹는 시원 새콤 달콤 고소한 오이냉국 한 그릇이면 없던 입맛이 돌아온다. 특별히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는 날은 빠지지 않는다.
김치국은 해장 솔루션이다. 또 국거리가 마땅찮을 때면 언제든 등판할 수 있는 만능 유틸리티이기도 하다. 콩나물을 넣어 끓이기도 하고 김을 잘게 부수어 듬뿍 얹어 먹어도 별미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엔 언제나 신김치가 준비되어 있다. 가끔은 라면 반 개를 넣어 국시기를 해먹기도 한다.
아욱, 근대된장국은 국거리가 궁할때 가끔 먹는다. 아욱된장국은 부드럽고 근대된장국은 시원하다. 멸치 다시마 육수에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고 아욱, 근대를 적당히 썰어넣고 양녕은 조금만 해서 푹 끓이면 언제나 변함없는 그 맛을 전해준다. 이제 어머니가 안계셔서 집된장맛을 오래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아욱, 근대된장국에 이르러서도 크다.
어떤 사람들은 국을 많이 먹는 우리네 식문화가 위장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라 말하는 것 같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겠지만 밥상 위 밥그릇 옆에 놓인 뚝배기나 대접에 가득 담긴 구수하고 시원하고 얼큰 한 국 한 그릇이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 포만감을 보태준 중요한 위로였음을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요즘은 그 자리를 라면이나 인스턴트 스프 따위에 내어주기도 했고 앞으로 그 변화는 더 커지겠지만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한 그릇이다. 그 푸짐하고 흥건한 한 사발의 맛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내겐 없다.
지금 아내가 끓이는 김치국 냄새가 자꾸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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