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휴일

취몽인 2021. 10. 17. 15:41
.
#휴일

좀 쌀쌀한 정도의 날씨인데 뉴스는 한파라고 호들갑입니다. 감정의 과잉시대를 살다보니 표현도 넘칩니다. 저널리즘을 잃어버린 언론이 목 매고 있는 센세이셔널리즘은 이제 일기예보도 기웃거립니다. 불쌍한 언론입니다.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만 쉬니 휴일이 소중해졌습니다. 옛날 토요일 반공일의 시절처럼 꼭 제대로 쉬어야지 하는 몸과 마음의 명령이 들립니다.

느즈막한 아침을 먹고 욕조에 들어앉아 한 주를 돌아봅니다. 특별하지 않은, 인생의 한 토막이었습니다. 별일 없어 행복한 순간이 또 지나갔습니다.

둘째 혼인날이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다음 주면 아내는 예식 한복을 맞추러 간다 하고 저도 몇 주 뒤엔 양복을 새로 사야합니다. 단 하루를 위한 의례가 참 요란하다 싶지만 누군가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날일테니 따라야겠지요.

오늘은 예비사위군의 생일이라 합니다.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붙은 답이 왔습니다. 겨울과 함께 새 가족이, 자식이 하나 같이 오고 있는게 실감이 났습니다.

아내는 겨울맞이를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커튼을 갈아 달고 침대에 전기요를 깝니다.
반팔 옷을 집어 넣고 외투들을 손질하기도 합니다. 어릴적 이맘 때면 아버지는 광에 연탄을 쟁이곤 했었지요. 광 한쪽 벽에 삼백장 정도의 연탄이 빼곡히 쌓이면 어린 제 눈에도 괜히 든든해 보였습니다.

오후엔 아내를 꼬드겨 의왕 왕송호수 근처를 가볼까 합니다. 한 십년뒤쯤, 근교에 조그마한 텃밭 딸린 집에서 살고싶은 바램이 있는데 지금부터 슬슬 자리를 알아보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첫 시도로 왕송호수 뒷편을 살펴볼까 합니다.

뒤에는 야트막한 산, 앞으로는 작은 호수, 근처에 낚시터도 있는 곳이라니 참 좋을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실망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첫 발을 딛는 걸로 만족할 수 있습니다.

딱 십 년. 지금처럼 어영부영 #굿모닝보청기만안센터 운영하며 돈 벌이 좀 더 하고 칠십 넘기면 그 후 십 년을 마냥 즐기며 살자 생각합니다. 그 후엔? 아무 때나 세상 떠나면 되겠지요. 뭐 놀다보면 그전에 갈 수도 있을테고요.

쉬는 날은 이래서 좋습니다. 생각이 나른 질펀 합니다. 이런게 행복이겠지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2110117

'이야기舍廊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21.11.19
  (0) 2021.11.16
덕분  (0) 2021.10.03
마산  (0) 2021.08.10
밑천  (0)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