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오월

취몽인 2022. 6. 1. 15:32
.
오월


*
시작부터 지쳤다.
봄 바람이 드세다.

미운 곳에서 청탁이 왔다.
칠월의 일을 논하는 일,
아직은 잊자.

*

내 몸인데
왜 당신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가

가족은 모두
당신 사랑의 틀에 맞아야 하는가

당신의 생각
대부분 맞지만 어디 세상이 정답으로만 살아지는가

당신의 불편함
그것 때문에 나는 얼마나 침묵해야 하는가

*

내가 지긋지긋하다.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

90년대 초의 시집을 읽는 일
30년, 긴 목숨의 황지우, 황동규.
내게 詩는 그저 저 시절.

*

예술은 예술가가 하는 것
허수경은 그렇게도 예술가가 되고자 했는데
詩는 꼭 예술이어야 하는가?
詩는 詩면 되지 않나?
그래서 난 예술을 못하나?
어쩔 수없는 딜레땅뜨여..

*

트레이너는 자꾸 가슴을 펴라 한다.
가슴이 하늘을 보게 하라 한다.

한 평생 오므리고 산 가슴더러
네가 펴야 몸이, 마음이 편다 한다.

지금 부터의 삶은 그게 다라고 한다.

*

시간이 비겁하게 간다.
사람을 가지고 노는 시간,
손아귀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

써레질. 가래질, 검질,
북주기, 김매기,
물담기, 물꼬 트기,

평생 도시에서만 살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말들.

그럼에도 듣거나 보면
괜히 흙냄새가 나는 듯하는 건
나도 모르는 뿌리가
그 어디에 닿아 있는 탓일까?

*

두 가지 일이 눈 앞에 있으면
마음이 안절부절이다.

내일은 네 가지 일이 있다.

*

결국 오월은 간다.
이도저도 아니지만 갈 놈은 가고
올 놈은 온다.
있을 놈은 또 그대로 있어야 하리.

*

유월에게서 전화가 왔다

*

치욕의 오월
뭐하러 이틀이나 남았는가?
반편을 바라보는 반편의 꼬락서니로
오월,
지겨운 몰락을 본다.

'詩舍廊 > 2022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담 풍경  (0) 2022.06.14
친구  (0) 2022.06.05
모태신앙  (0) 2022.05.23
乾川  (0) 2022.05.19
사월  (0)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