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2습작

돌담 풍경

취몽인 2022. 6. 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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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풍경 / 김재덕



겨울은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희미한 남쪽 바다
멀리 낮은 섬
웅크린 대평포구
무뚝뚝한 절벽까지

아무도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장작 옮기는 사내
입 다문 검둥 개
겨우 파란 마늘밭
낮게 엎드린 마당까지

모두 슬픈 줄 알았습니다

울타리 넘은 바람 한 줄기
코끝을 지납니다
가느다란 스침을 따르는
조용한 미소를 봅니다

참 낮은 목소리들이 들렸습니다

바다는 잘게 소근거리고
섬은 두근거립니다
풀잎도 설핏 인사를 건네고
절벽은 푸르게 웃습니다

아, 그것은 조용한 대화였습니다

돌담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선
수 많은 수평들이
귓속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곳에 마음을 눕혀 놓고 돌아 왔습니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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