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끄트머리 늘 경계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성서와 내당동이 이어지는 반고개에서 취직해서는 신장과 천호동이 만나는 고덕 귀퉁이 사당과 과천이 만나는 남태령 언저리에서 번질 듯 말 듯 살았다 지금은 안양과 신림이 이어지는 관악산 서쪽 끝자락 비탈에 살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망해 잠깐 대책없이 튕겨져 나간 적도 있었지만 쫄쫄 굶으며 돌아왔다 삼십 몇 년 끝을 말며 버텨온 서울살이 원심력은 지금도 나를 밖으로 밀고 솔직히 나도 거부하고 싶지 않은데 몸 가벼운 오목눈이처럼 튕겨 날아가고 싶은데 다 큰 딸들만 통통 튕겨져 나가고 나는 오래 경계를 따라 점선으로 박음질 됐다 넘지 못하는 담벼락에는 한 사람의 자존심이 대못에 박혀있다 도무지 녹슬지 않는 끄트머리 안으로 한발짝 2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