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語 금지語 존재, 낭만, 심연, 향수, 정글, 보도, 회한, 포말, 낙화, 포도, 불멸, 침묵, 고독, 만추, 불면, 추억, 방황, 상흔, 주검, 낮달, 명멸, 파편, 부패, 절망, 회의, 나목, 정열, 사랑, 이별, 소외, 노도, 선혈, 일탈, 극치, 시선, 여명 견고한 대숲을 느릿하게 걸으며 막 돋은 새순을 가슴으로 더듬을 것 詩를 다 닳은 언어에 가두지 말것 210110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학의 분기점 학의 분기점 장마는 외곽순환도로 동쪽을 달린다 젖은 시간이 잘려나간 붉은 허리 경계를 맴도는 허연 그림자 태양의 몽정은 아직도 희미하다 닦이지 않는 반복을 뚫고 깊이 달리는 중심이 휘어지는 곳 무릎을 굽혀 버티며 빨갛게 날개는 선회하며 가라앉는다 윤활의 스키드 마크를 새기고 견고한 아랫도리는 나선형으로 젖었다 월요일은 궤도에 들어선다 고개 위로 쏟아지는 마지막 관성들 가로의 질주는 세로의 정체로 빗금을 긋고 눈앞에는 마른 터널 호흡이 가쁘다 사당 45분 양재 48분 분기된 장마는 수직의 속도 시간 안에 닿을 수 없다 2013. 07 .29 /210110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비워지는 것들 비워지는 것들 1. 농투성이에게 한 상구 벌초 따위는 식은 죽 먹기 솟은 땀 마르기도 전에 예초기의 진압은 끝났다 모근이 드러난 아버지의 땅은 초라하다 기억이 모두 떠난 땅속은 무엇으로 채워졌을까 급하게 새겨진 비석은 모로 기울었다 聖徒 金海金公熙太之墓 곁으로 푸석한 이름 둘 새겨지지 못한 어머니는 어색한 터로만 쪼그리고 있다 이장(移葬)을 한다면 비석과 어머니의 빈 터는 어떻게 해야하나 2. 한참을 지나 어머니는 빈 종이컵을 들고 다시 나왔다 도저히 안 나오는구나 피를 뽑는 검사실 직원의 바늘끝이 곤두선다 물을 부지런히 마셔보는 수 밖에 정수기로 이어져 연신 물을 들이키는 굽은 등걸 바싹 마른 물관은 쉬 차오르지 않는다 한 나절 금식에 껍질이 되는 나무 한 그루 뇨의(尿意)는 감감하고 갈라진 우듬지만 ..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속도의 내부 속도의 내부 중력을 붙들던 마찰의 봉인이 풀리면 사이는 사라진다 스쳐 지나가는 곁들 빠르게 얼굴 디미는 낯선 의지들 무심히 바라보는 풍경에 붙들린 채 재빨리 지워지는 지금은 너무 멀리 가버렸다 저 곳과 이 곳 사이 소멸에서 떨어져 한 덩이로 뭉쳐지는 그림자 유선형 또는 뾰족한 모습들 완고한 공간을 찢고 앞만 볼 수 밖에 없을까 터진 브레이크 빠른 속도로 휘감기는 바퀴의 중력 비틀댈 수도 없는 측면과 직각으로 돌진하는 의지들 기를 쓰고 막는 산산조각의 바람들 3초 정도 내달리는 시간 속에 펼쳐지는 프락텔의 가지끝마다 아차, 순식간에 열리는 저 수 많은 기억들 210110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구멍 구멍 얼어붙은 기억이다 버려진 매복이다 초라한 거부다 주저앉은 탈출이다 어두운 뒷문이다 어쩔 수 없는 표정이다 불리고 싶은 이름이다 오래된 기척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지금은 없다 210110 수정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척 척 오래 두께를 뒤집어 쓰고 살았다 분수보다 과소비 되었다 거의 모두에 걸쳐 어딘가를 기준으로 표현 되었다 쉰 셋 약간의 장애가 있는, 멋있게 보이자 잘 모르는 시를 쓰고 인문학을 기웃거리는 속물 수입을 외면한 지출로 늘 쪼들리며 오년 뒤 삶에 자신이 없는 두려운 가장 그 외에도 여러가지.. "껍질을 벗고 온전한 네 모습으로 살라." 나를 사랑하는 신의 목소리 20210110 수정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내성(內聲)의 유머레스크 . 내성(內聲)*의 유머레스크 전반. 부재한 노래가 있는 노래를 노래한다 소리내어 노래하지 않는 노래를 사이에 두고 부르는 노래는 그저 몇 개의 변주 또는 주제 없는 반주 위에서 아래에서 노래한다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노래를 들으며 빈 화음을 구성한다 있지만 없는 노래 부를 수 없는 노래는 빈 채로 노래하고 만일 침묵마저 노래한다면 무너지고 말 노래 그래도 노래가 될 수밖에 없는 빈 노래 있어도 없는 노래 아우겐무지크 중반. 당신은 올바르지만 올바름은 그저 당신의 생각 그에게는 그의 처지가 있는 법 당신은 올바르므로 늘 그 사람의 처지를 인정해야 한다 그가 곤경에 처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 당신은 그를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의 곤경은 당신이 만든 것 당신이 만든 처지를 당신이 배려하는 일을 어떻게.. 詩舍廊/~2021습작 2021.01.10
근황 . 근황 여전히 틀어박혀 산다 며칠 새 약속 둘 있었지만 포기했다 눈 내린 세상은 아직 얼어붙었고 맥 없는 발목은 두렵다 미끄러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삶은 다소 초라하다 턱밑에서 역병은 출렁거린다 두려움은 이제 무던하지만 마스크 뒤의 표정들은 다 지워졌다 돌아서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니 누군가의 비명과 체념은 지극하리라 고립의 시간 속에서 몇 푼 실업급여를 받으며 살 수 있으니 그나마 감사한 일 복은 어느 구석에나 있는 법이다 비탈은 어쨌든 녹을 것이고 외출과 한 잔의 발목도 풀릴 것이다 얼어 있을 땐 얼어 있어야 한다 오후에 만나는 친구들이여 내 이야기도 나눠주시라 멀리서 듣고 속으로 즐거워 하리라 먼 산 발목 언 눈 미끄러지고 자빠진다 조심하시라 210109 詩舍廊/~2021습작 2021.01.09
小寒 . #小寒 추운 날 뜨거운 욕조에 들어앉아 눈앞의 흰 타일 대신 어느 겨울밤 큐슈 이름없는 노천 온천탕에서 바라보던 숲을 핸드폰 사진으로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기도 하다 믿으며 바깥의 눈 쌓인 풍경도 겹쳐보면서 210107 詩舍廊/~2021습작 2021.01.07
산정묘지 곁 . 산정묘지 곁 시는 고절한 산정 명정하게 섰으나 시인은 고절한 산정 곁에 비껴 섰다 시는 고절할 수 있으나 시인은 고절하고싶을 뿐 배부른 정신이 고절을 과연 말할 수 있는 것이냐 산정에 있는 묘지는 과연 누구의 것이냐 200816 詩舍廊/~2021습작 2021.01.03